프랑스는 각 지방자치단체가 간판의 관리집행을 담당하고 있다. 간판 설치와 디자인 가이드라인을 정하는 것 역시 지자체의 몫. 각 지자체는 환경부에서 제정한 국가광고규정을 근간으로 해서 각 지역 특성에 맞춘 지방광고규정을 정해 시행중이다. 이는 국가 전체적으로 어느정도 간판의 통일성을 갖추면서 지방만의 특색을 살릴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글 _ 김동옥 해외통신원


1. 서론

프랑스의 생활형 간판에 대한 규정은 옥외광고 규정과 마찬가지로 ‘환경법’(LoiGrenelle II)에 기록되어 있는데, 이는 프랑스 각 지역에 있는 모든 간판에 적용될 수 있는 일반적이고 공통적인 규정이다. 이를 국가광고규정(RNP)이라고 한다. 이와 더불어 간판에 적용되는 또 다른 법이 있는데, 이는 지방자치단체가 그 지역의 특성에 맞게 제정한 지방광고규정(RLP)이다.

보통 지방광고규정은 국가광고규정보다 구체적이고 엄격한 편이다. 프랑스의 각 지방자치단체에서는 국가광고규정을 근간으로 하여 자신의 지역에 부합하는 규정을 제정하고, 이는 간판 관리 및 간판에 관한 법 집행을 할 때 국가광고규정에 우선한다. 그러나 지방광고규정을 제정할 수 있는 지방의회가 존재하지 않거나 여력이 없는 지역에서는 국가광고규정이 적용된다.

따라서 국가광고규정은 프랑스 영토 내에서 간판을 관리하는 뼈대가 되는 법이고, 지방광고규정은 그 뼈대에 각 지역의 실정에 맞게 살을 붙인, 보다 지방 중심적이고 실질적인 간판 관리법이라고 할 수 있다. 

2. 간판의 정의 및 관리 집행 주체

‘환경법’ 제581조 제3항에 따르면 간판은 점포 건물이나 점포 근처에 설치되어 해당상업 활동을 글자나 이미지, 형태 등으로 설명하는 것을 말한다. 이러한 간판 규정은 간판 설치 장소의 조건에 따라 각각 다르게 적용된다. 

환경법에서는 간판의 재질이 영구적인 것이어야 한다고 강조하며, 간판을 설치한 점포에서는 양호하고 청결한 간판 상태를 유지하여 도시의 미관을 해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또한 간판이 교통의 흐름을 방해하거나 교통신호 및 도로안전을 저해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한편 합법적으로 간판 설치가 가능한 장소를 아래와 같이 밝히고 있다.

‘환경법’에서 합법적으로 인정하는 간판 설치 장소

·점포의 전면(벽에 수평 혹은 수직으로 부착 가능)

·옥상

·담장

·높이 1m 이하의 차양

·발코니 혹은 창문의 난간

·지면 위(지주간판 혹은 입간판)

프랑스에서 간판의 설치와 관리를 맡고 있는 행정기관은 지방광고규정의 적용을 받는 지역인가 아닌가에 따라 다르다. 지방광고규정의 적용을 받는 지역은 시청에서 간판을 관리하고, 지방광고규정이 없는 지역에서는 내무부 산하 지방관청에서 간판 관리를 담당한다. 간판은 규정만 준수하면 자유롭게 설치를 할 수 있지만 아래의 경우에는 반드시 사전 허가를 받아야 한다.

‘환경법’에서 규정하는 사전에 설치허가가 필요한 간판

·레이저 빔을 사용하는 간판

·지방광고규정의 적용을 받는 지역에 설치하고자 하는 간판

·역사 유적으로 지정된 건물에 설치하고자 하는 간판

· 자연 유적지, 국립공원, 자연보존지구, 국가의 보호를 받는 건물 인근 100m 이내에 설치하고자 하는 간판


3. 종류에 따른 간판 디자인 매뉴얼

1)전면간판

전면간판은 상점의 정면 출입구 벽에 상업 활동을 나타내는 글자나 이미지를 직접 그려 넣거나 이를 삽입한 장치를 부착형으로 설치하는 간판으로, ‘환경법’ 제581조 제6항에는 전면간판은 간판이 설치되는 벽의 경계선을 넘어서는 안 된다고 규정되어 있다.

또한 전면간판의 크기는 상점 정면 면적의 15% 이상을 넘어서는 안 되고, 사업장정면 면적이 50제곱미터 이하로 작을 경우에 간판의 크기는 그 면적의 25%까지 설치가 가능하다. 또한 전면간판을 평평한 벽 위에 직접적으로 부착하거나 벽과 수평으로 부착하는 경우 벽으로부터 0.25미터 이상 돌출되어서는 안 된다. 한편 옥외광고는 건물 발코니에 설치할 수 없는 것에 반해, 전면간판은 아래의 사항을 준수하면 발코니나 차양에도 설치가 가능하다.

전면간판의 발코니 및 차양 설치 시 준수사항

·차양에 설치되는 간판은 크기가 1㎡ 이내이어야 한다.

·간판은 발코니 정면에 설치되어야 한다.

· 간판 크기가 발코니 난간 크기를 초과하지 않고, 간판을 발코니 난간에 부착했을 때 0.25m 이상 돌출되지 않으면 발코니 난간에도 설치가 가능하다.

2) 지붕간판

특정 상업 활동이 점포가 입주한 건물의 반 이상을 사용하고 있는 경우 지붕에 간판을 설치할 수 있다. 건물 정면의 면적이 15제곱미터 이하일 경우 지붕간판의 높이는 3미터를 초과할 수 없고, 건물 정면 면적이 15제곱미터 이상일 경우에는 지붕간판의 높이는 건물 정면 면적의 5분의 1 혹은 최대 6미터까지 가능하다. 여러 개의 지붕간판이 설치되는 경우 간판들의 합산 면적이 60제곱미터를 초과해서는 안된다.

그림 1의 지붕간판은 문자들을 지지하는 장치가 눈에 띄지 않아야 하며, 이를 지지하기 위한 간판 하단 보조프레임 크기는 50센티미터를 넘지 않아야 한다. 그림 2와같이 지붕 위에 직접 페인트로 상업 활동을 설명하는 글자나 이미지를 그려 넣는 경우에도 일반적인 지붕간판과 같은 것으로 간주하여 간판 규정을 동일하게 적용한다.

3) 지상간판

지상간판은 점포 부지 내에 세우는 간판으로, 지주를 이용하거나 직접 지면 위에 세운다. 좀 더 세부적으로 종류를 나눠보면 깃발 형태, 기둥 형태, 풍선 형태, 자동차나 수영장을 오브제로 이용한 간판이 있다.

그림 3의 지상간판은 이웃에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다른 간판들에 비해 규정이 까다롭다. 크기 1제곱미터 이상의 간판을 지상 위에 설치하고자 할 때에는 위의 그림에 나타난 지상간판 설치 규정과 같이 이웃한 건물과 10미터 이상 떨어져 있어야 한다. 또한 이웃 부지와의 경계선으로부터도 일정 간격의 거리를 유지해야 하는데, 지면으로부터 측정한 간판 높이의 2분의1 길이만큼 이웃 부지로부터 떨어져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간판 높이가 2미터인 경우 이웃 부지로부터 1미터 이상 떨어진 곳에 지상간판을 설치할 수 있다.

간판의 최대 크기는 도시 규모에 따라 두 가지로 나뉜다. 인구가 1만 명 이하의 도시에서는 최대 6제곱미터의 지상간판을 설치할 수 있고, 인구가 1만 명 이상의 도시에서는 최대 12제곱미터의 지상간판을 설치할 수 있다. 한편 간판의 높이는 간판의 폭에 따라 최대 허용치가 달라진다(표 1 참조).

4) 조명간판

‘환경법’ 제581조 제59항에는 간판 조명의 소등 시간이 규정되어 있다. 일반 상점의 조명간판은 새벽 1시에서 6시까지 조명을 소등해야 한다. 만약 영업 시작 시간이 자정에서 오전 7시 사이인 상점이라면 적어도 영업 종료 후 1시간 내에 간판 조명을 소등해야 하고, 영업 시작 한 시간 전에 다시 조명을 점등할 수 있다. 조명이 깜박거리는 점멸 조명은 원칙적으로 설치가 금지되지만 약국이나 응급 서비스 시설에서는 예외적으로 허용된다.



4. 파리 시의 간판 설치 매뉴얼

프랑스 최대 도시인 파리 시는 국가의 상업 및 관광이 집중되어 있는 만큼 간판 숫자도 다른 도시에 비해 많다. 더욱이 역사적 유적지와 보존 가치가 높은 건물들이 많고, 세계 최고의 관광 도시이기 때문에 간판 관리를 엄격히 함으로써 도시 미관을 지키려는 노력을 부단히 한다.

1) 간판 설치 및 디자인에 관한 일반적인 규정

간판을 설치할 때에는 점포의 주요 부분들이 가려지지 않도록 설치해야 하고, 전면간판의 경우 지면에서 최소 2.5미터 높이에 설치해야 한다. 상점 책임자는 간판의 유지 및 보수, 청결에 주의해야 한다. 또한 간판의 스타일과 색, 그래픽은 주변 경관과 조화를 이뤄야 한다. 조명은 약국의 녹색 십자가나 담배 가게의 당근 문양을 제외하고는 금색이 선호되는데, 간판의 조명은 가능한 약하고, 번쩍거리지 않도록 하며 이웃에 방해가 되지 않아야 한다. 간판 조명의 소등 시간은 국가광고규정과 동일하다.

하나의 상점에서 간판을 설치할 때에는 형태별로 하나의 간판만 설치할 수 있다.그림 4에서는 안경점을 나타내는 수직 간판이 중복적으로 설치되어 있어 하나는 불법으로 간주된다. 또한 하나의 간판에는 오로지 한 개의 로고만 담을 수 있으며, 조명 광고의 경우 조명이 깜박 혹은 움직임 혹은 스크롤되거나 여러 가지 밝기를 띄어서 안 되고, 스크린을 이용한 광고를 건물 정면에 설치하는 것은 금지된다. 한편 외국어로 표기된 간판의 경우 반드시 프랑스어 번역도 함께 간판에 들어가 있어야 한다.

2) 간판 종류에 따른 매뉴얼

① 수평간판(띠 간판)
수평간판을 설치할 때에는 위의 그림에서처럼 건물 외벽으로부터 40센티미터, 간판 설치대로부터 20센티미터까지 돌출되게 설치할 수 있다. 또한 간판 높이는 최대 80센티미터까지 설치가 가능하다. 간판 디자인의 경우 설치되는 장소가 어디냐에 따라서 허용되는 종류가 다르다. 파리 시는 간판 및 옥외광고 설치에 있어서 A에서 D까지 존을 나누고 별도로 금지구역을 두고 있어 총 5개의 존으로 나눈다.

간판 설치가 가장 까다로운 D존과 금지구역에서는 오직 글자와 기호를 양각으로 새긴 디자인만 가능하며, 간판 배경색이 설치대와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반면 비교적 설치가 관대한 A, B C 존에서는 거의 모든 디자인의 간판이 허용된다(표2, 그림5 참조).

② 수직간판(깃발형 간판)
수직간판은 점포 정면 폭의 10분의1, 최대 1.5미터까지 돌출되게 설치할 수 있다.또한 인도로부터 0.8미터 들여서 설치해야 하는데, 만약 인도의 폭이 1미터 이하인 경우 수직간판 설치는 허용되지 않는다.





③ 옥상간판

옥상간판은 상점이 한 건물을 모두 사용할 때에만 설치가 허용된다. 한 옥상에 최대 2개까지 설치할 수 있고, 조명장치를 사용할 수도 있다. 그러나 간판 설치대는 눈에 보이지 않도록 해야 한다. 간판의 높이는 20m 이하 건물의 경우 건물 정면의 6분의1, 최대 2m까지 설치가 가능하고, 20m 이상 건물의 경우에는 건물 정면의 10분1, 최대 5m까지 설치가 가능하다.

5. 결론
프랑스에서 간판의 관리집행은 기본적으로 각 지방자치단체에 있다. 간판의 설치 및 디자인 가이드라인을 정하는 것 역시 지자체의 몫으로, 환경부에서 제정한 국가광고규정을 근간으로 해서 각 지방의 특성에 맞춘 지방광고규정을 정해 시행한다. 만약 지방광고규정을 제정할 수 없는 지역의 경우에는 국가광고규정을 그대로 적용해 시행한다. 이러한 간판 관리 체계는 국가 전체적으로 어느 정도 통일성을 갖추면서도 지방의 특성을 살릴 수 있는 장점을 갖는다.

그러나 이러한 체계가 너무 복잡하다는 의견도 많다. 주로 간판 제작과 관련한 사업자들의 불만인데, 이들은 국가광고규정만으로도 이미 법이 상당히 까다로운데 이보다 더 복잡하고 까다로운 지방광고규정까지 두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는 의견이다. 또한 간판 하나를 설치하려고 할 때, 그것을 설치하는 지역에 지역광고규정이 적용되는지 국가광고규정이 적용되는지부터 확인해야 하는 등 과정이 번거로운 것도 사실이다. 이와 관련해 프랑스 간판 및 표지판제작협회에는 간판관리 체계의 개선을 도모하고 있는데, 앞으로 어떤 변화가 있을지 두고 볼 일이다.

참고문헌

?옥외광고 규정 가이드, 프랑스 환경부, 2014

?프랑스 법률 정보 제공 사이트 www.legifrance.gouv.fr

?프랑스 공식 행정 정보 제공 사이트

www.service-public.fr/professionnels-entreprises/vosdroits/F24357

?프랑스 간판 및 표지판제막자협회 synafel www.synafel.fr

?시사주간지 ‘폴리티스’

?파리시 간판 및 옥외광고 규정 가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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